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아버지는 말하셨지 [송정림.정연 작가]

정글의 왕 2015. 9. 14. 11:48

행복 삼합이다.

가을비와 맘간에 딱  맞는 책과 너나들이가 제주도 돌담인 언니와의

수다가 푸진 주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엔돌핀.다이돌핀 자매가 놀러 온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언니와 화수분 수다를 떨다 보니 점심 시간이다.

얼큰한 감자탕 한 그릇씩 나누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부른 배를 안고 무릉도원에 섰다.

소화도 시킬겸 주차 관리도 하고 책을 읽으며 행인들과 수다도 즐기니 신선놀음이다.

늘 웃음을 달고 사니 건물주냐고 묻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주인이 아니기에 속 편하고 행복한 관리사라고 말하니 갸웃갸웃한다.

 

선 채로 송정연.송정림 자매 작가가 함께 쓴 '아버지는 말하셨지'를 완독했다.

이미  왕팬이 된 지 오래다.

우연찮게 두 자매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 쌍둥이처럼 글맛이 쫀득거리고

공감대 형성이 뼈째 된다.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송정'까지만 봐도 설렌다.

송정연이든 송정림이든 자매의 책만 보면 반가움에 후다닥 대출한다.

오래 전 읽은 책도 엄청 좋아  필독서로 정하면 좋을 책이라고

공짜로 홍보를 야무지게 해 준 적도 있다.

 

이번 책도 역시 송자매들 답다.

방송국에서 종횡무진하는 우애 좋기로 소문난 자매다.

약속이란 아침드라마를 썼고 이숙영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를 쓴 작가들이다.

자매가 나란히 유명해지기란 사막에서 바늘찾기 만큼이나 힘들다.

무슨 복이 많아 한 집에 문인을 둘씩이나 두었을까 부럽기만 하다.

 

책을 읽으면서 이유를 알았다.

아버지의 솔로몬 교육과 어머니의 다정다감하고 책을 좋아하는 문학적 기질을

고스란히 물려 받은 것이다.

그야말로 우월 유전인자를 자식들이 고루 물려 받았으니 얼마나 다복하랴.

 

두 자매가  번갈아가면서 아버지에 대한 추억담을 썼다.

어쩌면 그토록 훌륭하실 수가 있을까 슬쩍 울아부지와 비교도 하면서

아주 흡족하게 읽었다.

 

복 많은 송자매의 아버지는 명대사의 귀재다.

삶의 고비에 서 있을 때 가야 할 곳을 향해서 헤드라이트를 켜주셨다.

딸들이 안개 속을 헤맬 때면 아버지의 짧은 한 마디는 따뜻한 손전등이

되어 주었다.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것 같을 땐 등대가 되어주었다.

 

포청천처럼 명쾌한 가르침이다.

아버지가 들려 주신 말씀마다 고갯방아를 찧느라 목이 뻐건하다.

압권을 접다 보니 책이 도톰해졌다.

혼자 읽기엔 아까운 내용들이다.

 

접었던 부분을 편다.

내용까지 옮기고 싶지만 굵직굵직한 제목만 소개해도 오달지다.

 

[어려운 것이 가치 있는 것이다.]

[일이든 놀이든 용감해라]

[7부만 채워라]

[차가운 시멘트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넝쿨처럼]

 

[백 번 하면 된다]

[선택했으면 후회하지 말아라]

[손해 보는 것 같으면 그게 곧 균형이다]

[힘들 땐 멀리 봐라]

 

[돈을 벌기보다 사람을 벌어라]

[그 누구도 널 도와줄 수 없을 때가 온다]

[적을 만들지 마라. 인생이 고달파진다]

[가시가 없으면 생선 맛이 덜하다]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두 시간 길어진다]

[설렘이 있는 여자가 아름답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라]

[잔소리는 1절만 해라]

 

[고체는 안 된다 액체처럼 흘러라]

[해피엔드로 만들어라]

[인생의 쉼표를 만들어두어라]

[명품옷보다 명품몸을 추구해라]

 

[비가 오면 집 안에 꽃을 꽂아라]

[일을 하니까 실수도 있지]

[뒤꼬리는 짧을수록 좋다]

[몸의 소리를 흘려듣지 마라]

 

[세상에서 중요한 것들은 다 공짜다]

[책을 외면하면 제일 바보다]

[뭐가 그렇게 슬퍼할 일이냐]

[망각은 신의 선물이다]

 

삶의 쓴맛을 보게 되는 순간들,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져 더 이상

희망이 없을 것 같은 좌절을 겪어본 사람들. 그러나 아픔을 딛고

한 계단씩 짚고 올라가다 보면 찬란한 빛줄기를 발견한다.

 

씨앗은 겨우내 어두운 땅속에 숨어 있다가도 어느새 차가운 땅을 뚫고

새싹이 된다.

박완서 작가는 이렇게 썼다.

 

"땅속으로 파고들지 못한 씨는 봄이 와도 싹트지 못할 것이다."

자매의아버지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차가운 시멘트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넝쿨처럼 살아라."

 

생선과 인생의 공통점이 뭐냐고 묻는다.

머뭇거리는 딸에게 들려주신 아버지의 귀한 말씀이다.

 

"생선도 가시를 골라내면서 먹어야 맛있다.

가시가 없으면 생선 맛이 덜하지. 살다보면 가시 같은 인간들이 꼭 있어.

큰 가시가 있을 수 있고,잔가시가 많아 귀찮을 수도 있지.

어디를 가든 그렇다. 그러니 가시같이 성가시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가 보다 해라."

 

어느 시인은 행복을 "마음에 여백을 두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러고보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기에 좋은,여백을 만들어 주는 가을은

우리 삶에 행복을 선물하는 계절이다.

 

송정림 작가는 나태주 시인의 시'내가 사랑하는 계절'을 읽으면 자신의

마음을 보는 것 같다고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저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 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정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송정연 작가는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장애물이 있어서 못했다는 변명도

아버지는 달가워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아버지가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다.

'좋은 날만 계속되면 사람이 건조해져서 못써. 햇볕만 계속 쨍쨍해봐라.

그러면 사막이지. 비도 오고 태풍도 오고 그래야 나쁜 것도 걸러지는거야."

 

사업이 기울어서 우는 오빠에게도 "궂은일이 닥치면,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생각하고 쓰러진김에 뭐든 줍고 일어나면 된다."고 하셨으니 어찌

기운이 솟지 않으랴.

 

자매는 어떤 순간에 문득 떠오르는 아버지의 말씀은 때로는 따끔한 회초리가 되어

야단친다고 한다.

때로는 길을 잃어 헤매는 나침반이 되어 준다. 때로는 외롭고 서러운 그녀들에게

따뜻한 난로가 되어 준다.

 

울아부지 생각에 울컥한다.

이렇게 멋진 아버지의 반 밖에 살지 못하고 돌아가신 우리 아부지가

야속하고 그립다.

무슨 말씀을 남기고 가셨나 한참을 헤맨다.

 

비록 송자매의 아버지처럼 숱한 위로는 해 주시지 못했을지언정 속으론

많이 자식들을 사랑했을거라고 믿는다.

이젠 두 아버지들은 하늘나라에 계신다.

 

울아부지께도 배우고 그녀들의 포청천 아버지께도 배우면 반듯한 삶이

되지 않을까.

가끔씩 힘든 일이 생길 때 마다 하늘나라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야겠다.

울아부지께 한 통. 송자매의 아버지께도 한 통.

 

역시나 다이돌핀 섬에 가둔 아름다운 자매 송정림.송정연 작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나의 수다상 독자님들은 이 가을 무슨 책을 읽을까 망설이지 않아도

좋습니다.무조건 '아버지는 말하셨지' 책과 만나십시오.

한없이 가슴이 따뜻해지고 천군만마를 둔 듯 든든할 겁니다.

 

토실토실 알밤같은  토요일을 갈무리한다.

출처 : .문화대로.文化大路. (최상대의 건축공간 산책)
글쓴이 : 바람꽃짱 원글보기
메모 :